일본TV,인터넷

내가 본 최악의 일드 '내가 연애할 수 없는 이유'(약스포)

찡쥬 2018. 5. 30. 02:26

드라마의 한 장면. '나, 처녀가 더이상 아니게 됐습니다'

이 장면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본 포스팅은 끝까지 읽으셔야 됩니다. 

*본 포스팅은 개인적 감상에 기반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일드를 봐 왔다. 

명작도 몇 개 만났다. 재미있는 드라마, 웃긴 드라마, 화려하고 멋있는 드라마, 웅장한 드라마, 머리쓰는 드라마, 중2병스러운 드라마, 절세미인에 연기까지 되는 이시하라 사토미를 그따구로 밖에 못 쓰냐 싶은 드라마, 등등이다.



아마 친구가 '일드 추천해 줘'라고 하면 몇몇 작품은 추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결혼 못하는 남자, 고쿠센, 노부타 프로듀스, 한자와 나오키, 시효경찰,이름을 잃어버린 여신, 부인은 취급주의, 또 뭐 있더라..? 생각나는 것들은 거의 다 옛날 것들이네.(죄송) 아무튼 추천할 것들은 많다. 뭐 하나 꼽기가 어렵다.



그런데, 나 이것 하나는 딱 잘라 말할 수 있다. 내가 본 것중에 최악의 일드.

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거다. '내가 연애할 수 없는 이유'(私が恋愛できない理由). 

2011년도에 나온 드라마지만 아직도 내 안에서 이 기록은 갱신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일본스러운 CG로 떡칠된 드라마나, 만화스러운 설정, 뻔한 스토리, 일본스러운 클리셰가 듬뿍 담긴 드라마를 극혐한다. (일본스러운 클리셰는 이거 쓰고 다른 글에 포스팅하겠뜸)


근데 그거보다 싫은게 이 드라마다. 


이 산뜻하고 아름다운 캐스팅으로 이야기는 너무 뻔하게 흘러간다.


맘에 안 드는 이유는 크게 이런 거다.


첫 번째: 여자 주인공 세 명은 '연애 얘기' 만 한다. 

카리나, 요시타카 유리코, 오오시마 유코. 이렇게 세 명이 주인공인데, 셋은 한 지붕 아래 살아서 저녁이면 맥주 한 캔에 안주발을 세우며 수다를 떤다. 

근데 , 다 큰 성인이고 각자의 고민도 많고 할 얘기도 많을텐데, 진짜 강심장 나와서 주제가 연애인 것처럼 연애 얘기만 주구장창 한다. 연애 말고는 친구가 무슨 프로젝트를 맡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두 번째: 주인공 세 명은 ''연애 안하는 상태'를 비정상으로 본다.

이 주인공들은 맨날 '행복해 지려면 연애를 해야돼'라는 말을 달고 산다. 남자를 안 만나는 기간이 있으면 안 되는건가? 데이트 상대가 불륜이라도, 거절하기 힘든 것을 은근히 강요해 와도, 그래도 사랑인가? 사랑은 뭐든지 아름다운가? 철학적 의문이 들면서 나도모르게 빡...


세 번째: 찝찝한 점이 많다


 처녀성이나나 여자다움에 대한 표현들이 아쉽다. 한 여성은 의사인 아버지로부터 아빠의 병원을 잇기 위해 '지금 사귀는 남자를 버리고 의사 남자와 맞선을 봐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사랑과 집안을 고민한다. 이런 경우야 실제로도 많겠지만 왜 그렇게 '사랑 최고'를 외치고서도 이 여자도 의사 남자도 사랑을 추구하지 않을까? 여자는 자기가 의사가 되려는 마음은 없었을까. 아버지를 위해서 결혼하는 걸까? 그리고 지금 사귀는 남자를 엄청 사랑하는 것처럼 하더니 마음은 쉽게쉽게 돌아가 버린다. 내면 묘사가 적어 아쉬운 대목이다. 


처녀성이나 섹스에 대한 표현도 아쉽다. 아프고 느낌도 없지만 남자에게 미안해서 말하지 못하는 여자나, 회사에서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고 걸레로 소문이 나는 장면. 쿨하게 언니의 짝사랑 상대와 자버리는 동생의 속마음이 '언니에 대한 질투심'인 대목도 아쉽다. 그런 심리로 언니에게 복수했는데 언니랑 또 잘 지낸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은 드라마를 볼 때 큰 스포도 아닙니다...걱정마세용


네 번째: 너무 너무 뻔하다. 대사까지도.

일드 좀 본 사람이라면 일드의 전개를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게 좀 심하다. 다음 장면에서 이렇겠지, 하면 정말 그 장면이 나오고. '이 대사를 치겠지'하면 정말 이 대사를 친다. 전체 내용에서 적용할 수는 없지만 그런 장면이 많다. 클리셰적이고 정석적인 장면의 활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한 번쯤 보고싶다는 사람을 뜯어말리지 않을 이유.

결말까지 다다르는 여정은 고단했지만 결말이 일드 최고로 아름답다.


이런 마지막 장면은 지금까지 일드 중에 정말 본 적이 없다.


2011년을 추억할 수도 있고, 주인공들의 새롭고 희망적인 미래를 응원할 수도 있게 된다.

그리고 '와, 어떻게 저런 걸 촬영했을까. 대박이다' 싶은 마음도 든다.


마치 비오는 날 등산복도 안 입고 힘들게 산을 타면서 갖은 쌍욕을 했는데, 정상에 올라와 보니 비도 그치고 무지개가 아름답게 보이는 느낌?


그래서 드라마가 더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각기 다른 매력의 오오시마 유코, 카리나, 요시타카 유리코라는 세 명의 배우를 

정말 잘 기용한 것 같다. (쿠라시나 카나도 정말 좋아한다)


단점도 있지만 결말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멋지고 그 때밖에 할 수 없는, 드라마 속에서도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인생에서도 딱 한 순간 뿐인 그 순간을 화면 속에 잘 잡아 냈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아무로 나미에도 나온다!! 노래 두 곡이 삽입됐는데 정말로 좋다. 


아, 그리고 이 드라마가 재미있었다면 비슷한 장르로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가 있다. 요시타카 유리코랑 오오시마 유코가 또 나온다. 


또 올레TV에서 무료로 해 주니 보고싶다면 거기서 한 번 봐도 좋겠다. 


* 아 맞다... 개인적으로 최악의 일드 몇개 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