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섹시 컨셉이 아니다? '스텔라'는 욕 먹고 '레인보우'는 덜 먹는 이유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걸그룹 섹시 컨셉'을 메인으로 두 뮤직 비디오를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위 뮤직 비디오가 '레인보우(Rainbow)'의 cha cha이고, 아래가 스텔라의 '마리오네트' 뮤직 비디오입니다.
우선 두 그룹 뮤직 비디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둘 다 '섹시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섹시한 설정과 더불어 과감한 노출 의상이 화제를 넘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논란이 될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일부러 의도한 컨셉'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있겠네요. 그도 그럴 것이, 레인보우는 '마하'나 'A'이후에는 큰 화제를 모으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스텔라는 그야말로 홍수처럼 매일 쏟아지는 걸그룹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화제를 만들기 위한 섹시 컨셉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연일 쏟아지는 기사와 검색어 1위 등은, 그것이 부정적인 의미의 화제더라도 일단 '관심'이 중요한 이 두 걸그룹에게는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죠.
또, 스텔라 뿐만 아니라 여러 걸그룹 기획사들이 밝히는 섹시 컨셉의 이유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다른 컨셉에 얼마나 공을 들이든, 곡이 얼마나 좋든 간에 지금의 아이돌 시장은 우선 인지도가 있어야만 팔리든 말든 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인지도가 없거나 더욱 인지도를 높이고 싶은 그룹들, 특히 걸그룹은 욕을 먹더라도 더 노출하고, 더 섹시하게 보여 일단 노이즈성으로라도 관심을 받는 것이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고육지책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음반이나 음원 매출에 있어서도 섹시 컨셉과 그렇지 않은 컨셉과의 차가 확연하다고 하더군요. 이것이 요즘 아이돌들이 섹시 컨셉에 한 번 발을 들이면 뺄 수가 없는 이유이기도 한가 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상한 점은, 요즘 걸그룹들이 하나같이 섹시 컨셉을 구가한다 하더라도, 누구는 인터넷 상이나 미디어에서 된통 욕을 먹고, 누구는 그렇게까지는 먹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요즘 한창 잘 나가는 걸그룹 '걸스데이'나 짧은 치마의 'AOA'도 스텔라처럼 섹시 컨셉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 어떤 그룹도 요즘들어 스텔라만큼 욕을 먹은 그룹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스텔라의 컨셉은 정말 파격적이고 노골적이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도를 넘었다'라며 비판하는 의견들이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걸그룹들이 섹시 코드를 선보임에 있어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 왔다면, 스텔라는 '헉! 이렇게까지?' 라는 파격을 보여 줬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 왜 스텔라만 까느냐?' 에 대한 이유를요. 물론 개인적인 감상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은 다르게 생각하실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 적는 이유는 순전히, 뮤직 비디오 상의 섹시 코드만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말인데, 스텔라와 레인보우의 섹시 컨셉 중, 스텔라만 욕을 먹는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곡의 내용에 맞는 섹시냐? 뜬금없는 섹시냐?' 하는 것이죠. 같은 섹시 코드를 선보이더라도, 같은 노출을 하고 같은 의상을 입더라도, 곡의 가사나 분위기, 그와 합치되는 뮤직비디오의 내용의 흐름 상에서 섹시 코드가 어울리게 삽입되어 있다면, 대중은 그것을 어느 정도 납득하고 스토리상의 한 부분으로서 이해하기 쉽습니다. 레인보우의 '차차'의 경우, 이성을 유혹하는 가사와 '고급 쇼걸'을 컨셉으로 했다는 의상과 소품들, 그리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모티브로 한 욕망과 화려함의 빛과 그림자를 잘 보여주는 뮤직비디오 내용 등, 이러한 것들을 보면 왜 섹시 코드를 삽입했는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가고, 위화감도 들지 않습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섹시의 정도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겠지만요.
그 반면, 스텔라의 '마리오네트'의 경우, 좋아하는 남자의 변덕 때문에 이리 저리 끌려다니며 가슴 아파하는 노래 가사와 춤이 매력인데, 뮤직 비디오에는 '마리오네트'에 관한 어떠한 소품이나 내용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또, 논란이 된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시며 우유를 흘리는 장면'이나, 욕조 씬, 섹시한 춤을 추는 장면들이 곡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즉, 일관된 하나의 컨셉과 스토리 상에서 어떤 섹시 코드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합의점이 없어 보입니다. 마리오네트와 섹시와의 교차점이 없다는 것이죠. 그렇게 '내용 없는 섹시 코드'는 뜬금없는 것으로 느껴지기 쉽고, 또 위화감도 생기기 쉽습니다. '여기서 왜 우유를 마셔?' , '여기서 왜 엉덩이를 보여?' , '여기서 왜 목욕을 해?' 에 대한 대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몸매 보여주려고 그러는 군?' 이나 '노출 보여줘서 인기 끌려고 하는구만?' 하는 식의 의견들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레인보우의 '차차'의 경우 '왜 여기서 섹시하게 앉아 있어?' , '왜 섹시하게 케이크를 집어 먹어?' , '왜 그런 의상을 입고 춤을 춰?' 하는 것에 대한 답변이 '뮤직비디오 내용 상 쇼걸이니까' 로 합치됩니다. 납득이 가면서 위화감이 줄어 드는 것이지요. AOA의 짧은 치마를 보더라도 '왜 치마를 올려서 노출을 해?' 에 대한 답변은 우리 모두 압니다. '짧은 치마를 입고 내가 길을 걸으면 모두 나를 쳐다봐. 그런데 너는 아니야. 너를 유혹할 거야.' 그러니까 짧은 치마를 당연히 입는 것이죠.
이렇게 제 생각을 써 봤습니다. 모두가 섹시 컨셉을 선보이는 와중에, 경쟁력은 '얼마나 노출하느냐' 가 아니라 '어떤 개성있는 컨셉을 뮤직 비디오와 의상, 가사, 멜로디에 일관적으로 적용하느냐' 가 아닐까 싶네요. 그것이 대중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가, 납득과 호감이 가게 하느냐에 대한 기로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노출의 정도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