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왜 그럴까? 아는 일본 할머니 이야기...
일본에서 오래 살며 느낀 것을 오늘은 풀어 보려고 한다
여러 일본인을 겪어 왔지만 이 할머니는 내가 아는 일본 어르신 분들 중 가장 그 세대의 일본인을 대변하는 분이 아닌가 싶다
‘일본인으로 태어나 다행이다’
이 할머니의 사고 방식에는 언제나 이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밥을 먹을 때도, 어딘가에 놀러 갈 때도, 춥거나 더울 때도, 잠이 들 때도, 물건을 살 때도,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을 때도, 아플 때도, 자식을들 키울 때도 말이다.
이 할머님의 인식 속에 일본이란 거의 종교와 다름없다.
밥을 먹을 때는 으레 이런 말이 나온다. 일본 쌀이 최고고 된장국은 건강에도 좋고, 일본 음식은 한국처럼 맵지도 않고, 이렇게나 질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도록 일본인으로 태어나 다행이다.
아플 때에는 또 이렇다. 일본 간호사는 정말 친절하다. 친절과 상냥함은 일본인의 특징이니까 아파도 안심할 수 있어. 지난번에는 입원을 했는데 중국인들이 병실에서 시끄럽게 해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본 병원의 분위기를 어지럽혔어. 병원에서 조용하고 친절한 건 일본의 특징인가봐. 일본인으로 태어나 다행이다.
다른 때에도 마찬가지. 할머니에 따르면 일본 음식은 맛있고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으며, 일본의 농산물과 고기, 생선, 과자는 최고다. 지난번 평창올림픽 끝난 후에는 ‘한국인이 일본 딸기를 가져갔다며? 그리고는 한국 딸기라고 우긴다며? 그거 사실은 일본 거라고’ 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반발심이 너무나도 많이 들었다.
솔직히 나는 한국쌀 일본쌀 중국쌀 인도네시아쌀 다 미국쌀... 다 먹어봤지만 엄청난 차이는 모르겠더라. 어느 나라 쌀이든 비싼 쌀은 맛있고 싼 쌀은 그저 그렇다.
뭐 이것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할머니는 일본을 너무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어느 날은 여느때처럼 일본을 너무 근거없이 추켜세우며 한국을 깔보기에, 화가 났던 적도 있다. 할머니의 말씀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는 내 머릿속에 충분했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80년 가까이를 그렇게 사신 노쇄한 분 말씀을 굳이 정정해서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것보다도 나는 할머니를 이렇게 만든 일본의 미디어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일본 티비를 보지 않게 되었다. 본다 쳐도 뉴스는 NHK에서만 보고 가끔 드라마 정도를 본다. 버라이어티 또는 버라이어티화 한 일본 뉴스를 보고 있으면 답답한 기분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보도지침이나 언론통폐합의 역사를 거치면서 가짜 뉴스나 왜곡보도 등에 굉장한 반감이 있다. ‘비오는 날에는 소세지빵’같은 뉴스의 예능화에도 굉장한 위화감 내지는 반감을 갖는다. 뉴스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라는 것에 ‘아무래도 좋다’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정함과 객관주의 보도, 사실보도, 또 이를 이미지화하는 드라이하고 엄중한 보도 스타일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뉴스는 와이드쇼처럼 변해버린 경우가 많다. 이것 자체로 나쁘다는 의견이 아니라, 중요한 걸 보도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직격 레포트!! 도쿄 도내에서 가장 줄이 긴 빵집에 직접 가보다! 그 맛은?’ 이런 걸 내보내고, 그러면서 리액션으로 게스트의 웃음 소리, 박수 소리를 같이 내보내는 것이 일본 뉴스다.
문제는 시사 관련 뉴스도 이렇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세금 인상 문제나 정치인의 비리를 게스트로 나온 개그맨이나 탤런트 등이 코멘트하는 식이다. 우선 캐스터가 칠판에 알록달록한 자석판이나 글씨들로 뉴스를 알기쉽게 설명하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면 게스트인 개그맨이나 탈랜트 등이 웃기기도 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식이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보니 왜 전문적인 게스트를 앉혀놓지 않고 이런 사람들 이야기를 듣나? 싶다. 또 칠판에다 뉴스를 알기쉽게 설명하는 곳에서도 민감한 부분은 쏙 빼고 감정적으로 설명하게 되면 이 연예인 게스트의 코멘트와 합쳐져 뉴스는 마치 가십처럼 된다.
또 버라이어티에서는 연일 일본 칭찬 일색이다. 나는 도저히 어디가 재미있는지 모르겠지만 요 몇년 전부터 대부분의 버라이어티 예능은 일본 최고! 일색이다.
저 머나먼 나라에 일본인이 살면서 이러이러한 일을 하며 일본을 알리고 있다!
일본의 기술을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그 기술이 담긴 물건을 선물했더니 너무 놀라 눈물까지 흘리더라!
일본의 과자! 세계적으로 대 인기! 알고보니 여기에는 일본인의 섬세한 기술이 들어가 있었다! 역시 상냥하고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인!
국제대회에서 역시 깨끗하고 감사를 잘 표현하는 일본인! 깨끗한 경기장에 ‘아리가토’ 메세지까지.. 경기 개최측이 깜짝 놀라!!
거의 이런 식이다...
게스트로 나온 연예인들은 또 똑같이 실내 스튜디오에서 코멘트 ...
보고있으면 일본이 대단하다는 것 이외에 다른 재미를 못 느낀다
또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하고는 정 반대인게, 우리 나라는 좋은 점도 있는데 헬조선 헬조선 하면서 자조적이고 셀프 비판적인 스탠스를 취하는게 일상인데 여기는 오글거릴 정도로 자화자찬에 입에 침이 마를 틈이 없다.
살아보니 일본이란 나라도 장단점이 다 있고 분명 비판해야 할 점도 많은데 이렇게 장점만 늘어놓다 보니 할머니처럼 테레비로 세상을 보는 분들에게는 자긍심이 하늘로 뻗쳐 올라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일본 테레비에서 한국은 거의 나쁜 이미지이기 때문에 할머니의 경우 한국에 대해 은근히, 정말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은연중에 나쁜 이미지를 가지기가 쉽다.
물론 젊은 사람은 한국 문화를 멋있다고 하는 사람도 많고 굳이 ‘어느나라는 나쁘다, 어느나라는 우리편’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에 물들여지지 않은 편이 많지만 할머니 세대에게 한국은 ‘상식 없고 나쁘고 고집 세고 일본을 베낀다’ 라는 이미지가 있는 걸까 싶다.
또 민감한 역사 문제나 그놈의 ‘일본딸기’ 문제에 대해서도 막무가내로 한국을 나쁘게 말하시는데, 일본 티비에서는 당연히 일본을 좋게 말하지 싶다.
일본 유학하는 사람이나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독도가 왜 우리땅인지 머리속에 어느 정도 입력해 둬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왜냐면 이것 가지고 트집을 잡는 일본인(거의 없지만)이 있을 경우 그는 벌써 일본 텔레비전에 세뇌당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근현대사를 필수적으로 배우지만 일본은 제국주의나 식민지배 역사를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다. 과정은 마련해 두었지만 졸업할 때까지 그 과정에 도달할 일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아는 것을 그들은 진짜 배운 적도 없다. 그래서 텔레비전에서 감정적으로 일본 편파적인 보도 또는 예능방송을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믿는 것이다...
이건 정말 불쌍한 일이다. 한국이 우긴다는 것도 한국은 몰상식하다는 편견도 다 테레비에서 배운 것이니 말이다. 그야말로 바보상자가 따로 없다.
며칠 전에는 유튜브를 봤는데, 일본 어느 JR 지하철 역에서 술먹은 사람이 난동을 피우는 영상이었다.
뭐라고 하는지도 모를 만큼 만취한 사람은 난동을 피우면서 뭐라뭐라 중얼대고 있었다.
그 영상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얻은 코멘트는 ‘아무리 들어도 일본어는 아닌 것 같은데 또 한국사람이냐???’ 였다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덮어버리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정말 위험하다
그걸 부추기는 텔레비전도 정말 위험하다
요즘에야 버라이어티 방송의 날조사건이 주목을 받아 비판받고 있지만..
아무튼 할머니의 굳어버린 사고방식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물론 애국심은 좋은 거고 기왕 태어난 내 나라인 만큼 ‘ 내 나라 최고!’를 생각하는 건 정신건강에도 좋겠지만...
그렇다고 자조하지 않고 무조건 최고라 하는 것도 발전에 도움이 안되지 않을까?
반대로 우리나라는 좀 더 우리만의 장점을 강조하고 사랑하면서 가꿔갈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무튼 블로그 글인 만큼 생각나는 대로 써봤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