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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넷플릭스 ‘페르소나’ 중 러브세트후기, 불친절과 의미심장 사이 아이유



​오랜만의 넷플릭스 작품리뷰.
감명깊게 본 넷플릭스 오리지날작이 요새 별로 없어서 리뷰를 안 하다가 페르소나가 화제길래 일단 1화부터 봐 봤다.

오늘은 그 감상을 솔직하게 가감없이 써 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좋은 의미든 안좋은 의미든 기억에 남긴 했으니까.

넷플릭스 페르소나 1화 러브세트에 대한 내 감상평은 한 마디로 내 ‘뮤직비디오 보는 것 같다’ 이다.

음악이 좋다, 뭐 이런 의미는 아니고.

케이팝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냥 일반 사람들은 지나치고 넘어가는 장면도 팬들은 한 장면, 소품 하나, 의상 하나를 프레임 한개 한개로 나눠 보며 ‘의미’를 해석한다.

그냥 지나가던 1인으로서 보면 뮤비는 3분 30초짜리 프로모션 비디오지만 팬으로서 보면 뮤직비디오는 몇 번이고 초단위로 돌려보면서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며 즐기는 콘텐츠인 것이다.

일반사람들이 보기에는 별 의미없는 장면도 팬들이 보기에는 심오한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또 가끔 보면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억지다 싶은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아이유와 배두나가 나오는 ‘러브 세트’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이유의 아빠를 두고 배두나와 아이유가 테니스로 경기를 펼친다’ 정도다. 20분 정도의 영상물이니까 빅뱅이론 1화정도 분량이고, 깊은 얘기를 자세하게 다루기보다 생략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영화의 스토리가 벌어지는 장소도 테니스 코트 하나 뿐이고 등장인물도 4명으로 심플하다.

심지어 20분 중 대부분이 아이유와 배두나가 펼치는 테니스 경기 장면. 공이 왔다갔다 하면서 “악!” “으악!” “꺅!” 한다. 그리고 테니스
치는 아이유와 배두나의 모습을 자세히, 슬로 모션으로 보여준다.

그러니까 사실은 아무 생각없이 본다면 테니스치다 끝나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생각이 필요한 영화’ 하면 딱 인셉션이나 설국 열차 정도가 좋다. 주인공이 보는 것이 현실일까 꿈일까? 주인공은 죽을까 살아남을까?


(설국열차에서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북극곰과 사이좋게 지낼까? 애초에 북극곰이랑 주인공이 만난 것 자체에 의문이 들기도 하고. 그냥 멀리서 잡은 컷 아닐까?)



​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도 나는 생각할만한 영화라고 보는데, 호리코시 지로 라는 실존인물과 나오코라는 가상의 인물이 사랑하는 스토리 라인과 마지막 장면들을 보면서 ‘영화가 끝난 후 호리코시 지로의 인생은 어땠을까’ 같은 것들을 상상하면 영화의 여운이 깊게 더 남는 듯 하다.


그러나 나는 생각할 거리가 많아 여운이 남는 영화는 좋아하지만, 너무 불친절한 영화는 싫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어떤 소품이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장치로 사용되었는데, 그게 뭔지 너무 모호하다든가, 내용이 뜬금없는 지점에서 갑자기 끝을 맞이한다든가, 보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라든가.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짤린 것 같은’ 영화는 많다. 편집을 가하다 보니 내용이 바뀌었다든가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다든가.

그래서 연예계 뉴스를 보면 한 여배우가 작품을 고를 때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고, 그 후 서로 미워하게 되는 계기가 이야기 적으로 너무 매력적이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하는데도, 막상 작품을 보면 어디에도 그런 얘기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상영 시간 문제라든가 방향성 변경이라든가, 내부 사정은 여러 가지 있었겠지.

이런, 말하자면 관객이 모르는 내부 사정은 영화상에서 생략이나 불친절로 표현되고, 이러한 것들은 나같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뭐래는거야’ 로, 영화 전문가나 영화팬, 예술적 식견이 있는 사람들 등에게는 ‘예술성이 뛰어난 영화’로 받아들여진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 그저 내 취향에 맞지 않을 뿐이다.

아이유의 페르소나 ‘러브 세트’도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사실은 다 보고 나서 딱 든 생각이 ‘엥?’이었다. 무슨 말이 하고싶은건지 무슨 내용인지, 아이유를 페르소나로서 사용해서 표현한
것이 무엇에 대한건지, 아 모호하다.

나는 여러가지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주인공들의 관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나서도 뭔가 싹 풀리지를 않아서 남의 리뷰를 봤다. 와, 이게 이런 의미였어?! 그게 이걸 상징해?! 이게 야한 의미야?! 진짜?!

뛰어난 예술 영화라는 설명과 함께 마치 영화 감독판 DVD 코멘터리를 듣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와 나 진짜 생각없이 사는 인간인가보다’

.....

이 느낌은, 아이돌 뮤비를 보고 난 느낌 같다.
유튜브로 뮤비 본 후에 ‘무슨 뜻이 담겨있는 것 같긴 한데, 뭐지?’ 싶어서 ‘뮤비 해석’을 검색하면 주르륵 팬메이드 영상들이 나오고, 그걸 보면

‘시간여행을 했다’ ‘사실은 이 멤버가 죽은 후의 상황이다’ ‘벽 구석에 보이는 이 글자들을 조합하면 이 뜻이 나온다’ 등, 감탄할 만한 숨겨진 의미가 나온다.

그럴 때는 내가 뮤비를 볼 때 아예 팬분들이나 감독분이 옆에 앉아서 해설해 주면 놓치는 것도 없고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아이유를 페르소나로 사용한 ‘러브 세트’. 남의 리뷰를 보고 나니 참 훌륭하고 예술성 있는 영화였지만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아이유와 아빠 사이, 아이유와 배두나 사이, 아이유와 외국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관계가 됐는지 암시라도 한 두어 장면 나왔다면 나에게도 이해의 퍼즐이 얼추 맞춰지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유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건 나는 확실히 알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또 아이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냐 하면 러브 세트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웠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나 혼자 ‘아이유를 생각하며 단편 영화를 하나 만든다’ 라고 하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 보았다.

‘사이보그는 괜찮아’에 나오는 영군처럼 상처가 많은 인물인데, 영화상에서는 독특하고 미친 것 같이 보이는 캐릭터도 신선할 것 같다.

아이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도 볼 수 있지만 영군 캐릭터를 통해 연기폭의 확장도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또 ‘하우스 버니’의 안나 페리스처럼 백치미 있는데 밝은 역할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의 조이 도이치 같은 캐릭터나 ,줄리&줄리아’의 에이미 아담스 처럼 요리에 빠지는 스토리도 아이유를 생각하면 보고싶을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날 ‘페르소나’ 중 러브세트, 가볍게 즐기기보다 장면별로 끊어서 의미를 찾으며 즐기기에 적합한 것 같다. 스토리보다 아이유의 연기를 즐기기에도 적합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