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HKT48 8주년 공연에서 사시하라 리노(指原莉乃)가 그룹 졸업을 발표했다.
일본 아이돌, 특히 AKB48은 멤버 수가 많은 것과 특유의 졸업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우리 나라 아이돌 그룹이 7년 정도의 활동 기간을 끝낸 후 그룹에서 나와
여배우나 버라이어티, 혹은 솔로 가수 쪽으로 새로운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일본의 경우 멤버 수가 많은 만큼 그 속에서 인기를 얻는 멤버와 그렇지 못한 멤버의 차이도 크고
우리나라 아이돌처럼 멤버끼리 조화를 이루고 골고루 인기를 얻기보다
센터에 모든 것을 주목시키는 분위기가 커서
졸업한 멤버들이 모두 연예계에 남는 것은 아니다.
학업의 길을 걷기도 하고 소속사의 일반 스탭으로 진로를 바꾸거나
아예 뭐 하고 사는지 모르게 되는 졸업 멤버도 많다.
하지만 사시하라 리노의 경우 총선거 1위를 몇 번이나 할 만큼 인기멤버기 때문에
졸업 후에도 아무 문제 없이 연예계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사시하라 리노를 봤을 때는 '왜 인기가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멤버보다 예쁘지 않다'는 점을 오히려 특징으로 살려서 밀고 나가는 캐릭터성과
몸을 사리지 않는 특유의 개그감, 또 늘씬한 몸매와 입담 등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버라이어티에서 MC를 맡아도 볼 때마다 입담이 정말 재미있고,
연기도 나름 해서 '장미빛 부코'라는 영화, '뮤즈의 거울' 등의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물론 TV광고에도 많이 나오고 있다.
사시하라 리노의 졸업 콘서트는 내년 2019년 4월 28일에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이후 졸업 후인 5월 28일에 '사시하라 리노 감사제'라는 공연을 또 연다.
통상 일본 아이돌, 특히 에이케이비 그룹의 경우, 멤버의 졸업과 관련해서 항상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갑작스러운 발표와 멤버의 눈물이다.
예를 들면 공연 중간에 "저 잠깐 할 말이 있습니다" 하면
공연장을 찾은 팬들은 벌써 분위기가 쎄~~하다.
몇 초간의 침묵을 두고 이내 이야기하는 아이돌.
"저, 누구누구는..."
여기서 아이돌은 울먹.
뒤에 서 있는 멤버들은 이미 감을 잡고 눈물을 흘린다.
(옛날에 AKB48에 다카하시 미나미 라는 유명한 멤버가 있었는데,
다른 멤버가 졸업 얘기를 하면 눈물을 정말 많이 흘리기로 유명했다, 사족이지만)
그리고 아이돌은 말을 이어간다.
"AKB48을 졸업하겠습니다"
그러면 관중들은 "에~~~~" 한다.
카메라는 다시 뒤에 있는 멤버를 잡고 멤버들은 울음바다가 된다.
졸업하는 멤버는 그 동안 멤버들, 팬들께 신세를 졌다면서 감사의 말을 전한다.
'어디에서 졸업을 발표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갑작스럽고 서프라이즈하게 발표해서 화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면 중요하다.
마에다 아츠코라는 '부동의 센터'(즉 역대 멤버 중 가장 인기가 있었음)가 졸업을 발표할 때는
AKB48 그룹 자체가 인기 절정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엄청 놀랐었다.
마에다 아츠코는 '중대 발표를 몇시 몇 분에 하겠다' 하면서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는데
그것이 바로 졸업발표 영상이었다.
나는 그 때 하라주쿠의 다케시타 도오리를 걷고 있었는데,
중대 발표 시간이 되자마자 사람들이 "에~~" "에!!!" 하면서 다들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뭐지? 뭐지? 하면서 나도 야후재팬에 들어가 봤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 때 마에다 아츠코의 졸업 발표는 센세이셔널 했다.
졸업 발표가 화제가 되면 졸업 이후의 귀추에 대해 주목을 받기 때문에
연예계에 남을 경우 그 활동 자체에 대해 주목받을 수 있다.
그래서 졸업 발표가 이슈가 되는 것이 상당히 유리할 것이다.
예상되는 시점에, 예상되는 곳에서 졸업을 발표한다 해도
별로 이슈화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수많은 멤버 속에서 졸업한 것 조차
모르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본 아이돌의 경우, 특히나 인기 멤버의 경우 졸업 자체에 1년 정도가 걸리는 경우가 있다.
졸업한다고 해서 바로 그룹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스케쥴과 함께 피날레로 졸업 공연을 하는 것이 일반적.
졸업 공연에서는 졸업하는 멤버가 화려한 옷을 입고, 멤버들과 졸업멤버가 서로 편지를 주고받기도 한다.
물론 눈물을 흘리며 "앞길을 응원할게"하며 감동적인 장면도 꼭 등장한다.
졸업을 발표한다 해도 졸업 자체로 몇 달에서 1년 정도가 걸리고, 그 피날레가 졸업공연이다 보니
졸업 공연이라는 것 자체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팬들 입장에서는 그 멤버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공연이라 꼭 가줘야 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그래서 졸업 공연에는 팬들도 많이 모이고, 또 그 멤버와 함께 한 추억이 깊은 멤버, 또 친한 멤버는
당연히 출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 아이즈원의 미야와키 사쿠라와 야부키 나코도,
아이즈원에 2년 반 동안 겸임 없이 전념한다고 하다가
HKT48의 콘서트에 출연한다고 해서 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팬으로서 불만을 재기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에서는 일부 팬들이 "왜 굳이 겸임 약속을 깬다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공연에 참여하나 했더니, 사시하라 리노가 졸업 발표를 해서구나, 납득이 간다"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졸업 발표에는 그 멤버의 친한 멤버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필수적이고, 졸업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슬픈 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나코와 사쿠라가 졸업 소식을 현장에서 듣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 인식은 위에서 말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졸업 발표보다 중요한 졸업 공연이다.
아이즈원의 야부키 나코는 사시하라를 동경해서 HKT48에 들어왔을 정도로
사시하라와 관계성이 깊고, 미야와키 사쿠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아이즈원이 아니었다면 사시하라의 졸업콘서트에서 같이 무대를 하고,
편지 교환이든 듀엣 무대든 스페셜한 무대를 선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일본에서는 생각할 것이다.
그런 것을 하지 않더라도 무대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것이다.
그런데 이번 8주년 콘서트 이후에 야부키 나코와 미야와키 사쿠라는 아이즈원에 전념한다고
발표까지 했는데, 내년 4월 28일에 열리는 사시하라 리노의 콘서트에 또 설까?
무대에 선다면 그것은 아이즈원 전임이라는 약속을 또 깨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지?
졸업 발표에서도 논란을 딛고 무대에 섰는데, 그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졸업 콘서트에는 서지 않는다?
이것도 말이 맞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졸업 발표에서는 그 논란을 무시하고 무대에 섰는데 또 졸업 콘서트는 불참한다고 하면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내년 4월 말의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무대에서 노래하거나 완전히 참가하거나 하지는 않고
특별 등장해서 한 두곡 정도 같이 부르거나 깜짝 등장으로 사시하라를 울린(?) 후
직접 쓴 편지를 읽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렇게 쓰면 좀 덕후같은 느낌이 나려나?ㅋㅋ
일본 아이돌에 1원도 써 본 적이 없으나
일본에 살면서 알음알음 듣다 보니
어느 순간 이렇게 돼 버렸다..ㅋㅋㅋ
아이즈원 노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한일 아이돌의 콜라보로서의 아이즈원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전임이라고 선언한 이상 선을 지켜주면 팬들 입장에서는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외부자(?)로서의 관점이 있긴 하다.
앞으로 2년 정도 활동기간이 남은 것 같은데 아무튼 어떻게 하려나?
8주년 공연(사시하라 리노 졸업발표)는 참여했는데
9주년, 또 그 후 10주년 공연은 참여 안하고
사시하라 리노의 졸업콘서트도 참여 안하려나?
또 활동기한 사이에 사시하라 리노 말고 코다마 하루카, 다나카 미쿠 등
다른 멤버의 졸업 발표가 있으면 또 거기도 참여해야 하나?
여러가지 아이러니가 있는 상황이다.
내가 만약 아이즈원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일부의 일본인 멤버가 어느 팀에 소속감을 더 가지고 임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일반인으로서 모르긴 몰라도
계약사항이라는 것은 감정적이지 않으며 항상 깔끔하고 세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알아서 잘 해결될 것이다.
나는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으로 응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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